대학원을 가서 대학원생이 될지,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회사원이 될까?
슬슬 대학교 3학년, 4학년이 되면 이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데,
특히 주변에서 취업하고 인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날수록 약간의 초조함이 든다.
카페에 앉아 고민해보지만, 결정을 쉽사리 나질 않는다.
"대학원을 갈까, 취업을 할까?"
이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답은 취업이었다.
대학교 4학년 동안 취업준비를 해본 적도 없었고,
마냥 대학원을 가야지라고 생각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.
한 살이라도 젊을 때, 다양한 세상을 경험해보고 능력을 쌓는 게 더 쉽다고 믿었고,
그래서 나는 굳이 하나의 길을 오롯이 가는 것 보다는
색다른 길을 선택해보기로 했다.
두 번째 질문이 생겼다.
인턴을 할까, 대기업을 준비할까, 스타트업을 할까?
이왕 사회생활을 겪는 김에 모든 직무를 체험해보고 싶었다.
나는 졸업하자마자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다.
주변에서 스타트업 가는 것을 말렸다.
결론적으로 말하자면,
스타트업에 간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.
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지만,
학교내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고,
매일 공부로 가득찬 일상에서 한걸음 떨어져보니
오히려 내가 공부하는 것을 생각이상으로 좋아한다는 것을
명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.
내가 스타트업에서 기획자이자 마케터로 일하며 익혔던 것은 다음과 같다.
방법론적으로는,
- 목표를 향해 계획을 짜는 방법
- 목표를 향해 두려워하지 않고 (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해) 나아가는 방법
- 클라이언트 및 다른 팀원들과 소통하는 법
자아성찰의 측면에서는,
-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깊은 지식을 만들어내고 싶다
- 배우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,
실제로 겪어보니 나에게는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.
- 스타트업은 전문성을 키우기가 힘들다.
- 어딜가나 힘드니 좋아하는 것을 하자.
대학원을 고민하며 스타트업에서 한번쯤 일해보는 것은 말리지 않지만,
다만 개인적으로 경험은 짧게, 6개월 이내로 해보고 빨리 퇴사하라고 추천하고 싶다.
(시간을 되돌린다면 이왕 가는거 대기업으로 갈 것이다.)
어떤 스타트업에 있냐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,
오랫동안 한 길을 갈수록 다시 다른 방향으로 틀기는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.
다시 떠오른 질문,
회사생활을 할 것인가, 대학원생이 될 것인가?
내가 생각해본 직장인과 대학원생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.
대학원 | 취업 | |
장점 | 1. 전문성의 성장 2. 학계로 진입 시 추후 연구원 가능 3. 내가 좋아하는 걸 공부하면서 돈도 벌 수 있음 4. (학계에서 우대하는 분야의 경우) 대기업에 들어갈 때 석사+박사 모두 경력으로 쳐줘서 높은 직급으로 들어감 5. 고학력자 |
1. 돈을 많이 줌 2. 칼퇴가 가능 (케바케) 3. 큰 기업에 가면 좋은 프로젝트를 맡으며 전문성을 만들 수 있음 4. 엄마아빠한테 잔소리 덜들음 5.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며 의사소통을 잘하게됨 |
단점 | 1. 지도교수님을 잘못만나면 헬게이트 오픈 2. 몇년간 가난하게 살아야함 3. 물석사로 졸업시 석사"학위"만 생길 수 있음 4. 내가 하는 분야에 기업이 없을 시, 졸업 후 회사로 못갈수도 있음 5. 학부졸보다 석사졸이 업무에 대한 선택지가 더 좁음 |
1. 전문성이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짤리면, 이직하기도 힘듬 2. 규모가 작은 회사에 있다면 언제든 망할 수 있음 3. AI의 발전에 따라 내 직종이 필요없어질 수도 있음 4. 실적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한편 5. 인생 100년인데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는가? |
개인적으로 학부생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
대학원 장점 1. 전문성의 성장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,
회사에서 하는 일은 상상이상으로 다양하기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.
(대기업 퍼센트가 일반 중견기업, 중소기업에 비해 훨씬 적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.
일부 대기업의 전문화된 직급들은 제외한다.)
나에게 있어서 직장생활 단점 5. 인생 100년인데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는가?
가 너무도 컸다.
잠깐동안의 일은 재미있었지만, 나는 이 일을 평생하고 살고싶지 않았다.
나는 돈만 잘벌어 쓰면 즐거울거라 생각했지만,
배우는 즐거움이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.
나의 경우,
내가 즐거움을 느끼며 하고자 했던 건 상당히 먼 분야의 일이었다.
인기랩일수록 한살이라도 더 어리고 똑똑하고 그 분야만 한 애들이 있기 마련이니,
내가 나이가 들수록 경쟁력에서 상당히 밀리는 부분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.
나는 졸업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다.
퇴사를 하고, 국비지원으로 인공지능, 빅데이터 수업을 들으며 나의 진로를 고민했다.
하고 싶은 건 어렴풋이 있었으나 정확히 뭘 해야할 지는 몰랐기에
어떤 걸 하든지 도움이 될 것 같은 인공지능 수업을 들었다.
천천히 시간을 가지며 고민한 덕에 괜찮은 랩과 컨텍을 했고,
국비지원에서 배운 인공지능을 강점으로 세워 성공적으로 면담을 마칠 수 있었다.
(국비지원의 수업의 질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, 뭐라도 안한 것보다는 한게 낫다.
일단 접해봤기에 추가로 배우기도 쉬울 것이다.)
대학원을 가느냐, 취업을 가느냐는 정말 고민되는 선택이지만
둘 다 전문성을 올려야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.
전문성이 더 높을수록 같은 업계중 더 좋은 자리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전문성은 앞으로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.
길어진 삶에서 더 이상 우리는 한가지 직장에 몰두해서 살지 않는다.
100년의 삶이란, 초등학교+중학교+고등학교를 8번 살아도 남는 시간이기에,
회사원에서 대학원생이 되거나 혹은 대학원생이 회사원이 되는 경우는 훨씬 더 흔해지리라 본다.
회사에서 메뉴얼대로 빠르게 배워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,
그 배우는 능력으로 대학원에서도 역시 잘 배워나갈 것이고
대학원에서 깊게 공부하며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익혔다면,
그 능력으로 회사에서도 잘 적응해나갈 것이다.
회사원 <-> 대학원생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,
서로가 없는 능력이 있기에 잘 적응해나가리라 생각한다.
어차피 하기로 했으면 그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하자.
다양한 정보를 받아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면,
할 수 있을지 못할 지는 해봐야만 아는 것이다.
나는
이왕 하는 김에 잘할 수 있다고 믿고 하기로 했다.
이어지는 시리즈로는 어떻게 회사원이 대학원생이 될 수 있었는지
랩과 교수님을 찾고, 컨텍 메일을 보내고, 면담을 하고,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
그 모든 과정들을 팁과 함께 담아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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